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저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시절 합참의장 내정통보를 받고 청와대에 불려간 장군이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그게 누굽니까?" 

"저와 육사동기인 정승조대장입니다. 생도시절부터 그간 군에서 근무하는 동안 모든 면에서 뛰어났고 장병들도 존경하는 인물이니 저보다는 정장군이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합참의장을 맡아 군을 잘 이끌어 달라는 말을 하는데 자기대신 동기생을 천거한 일은 쉽지않은 일이다. 합참의장은 군서열 1위의 자리이며 육해공군해병대를 총괄지휘하는 막중한 자리다. 군인이라면 누구든지 가장 영광으로 여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임명권자도 두루두루 알아본  후에 결심을 했으니 그냥 맡아도 큰 무리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합참의장으로 내정된 장군은 이 영광된 자리를 사양한 것이다. 

정승조대장은 합참의장의 소임을 다했고 전역후까지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 합참의장 인사에 얽힌 비화를 듣고 궁금증이 생겨 더 알아보았더니 사양한 이유가 또하나 있었다.  대통령의 고향후배였던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동향이니 요직에 발탁될거라는 소문도 돌았었다. 그동안 경력에도 큰 무리가 없으니 굳이 발탁인사랄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고향후배가 요직을 맡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고 판단했던 것이고 마침 훌륭한 인물이 있으니 적극 천거한 것이다.

대통령은 최고권력자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이를 부풀려 강조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자리나 이권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대통령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정이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측근이라면 더 조심하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에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40년지기라는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이 내정되었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의료계인사들에게 조차 의외의 인물이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비리가 하나씩 터져나왔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사퇴시키거나 자진사퇴하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러나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대통령당선인과의 인연이 없는 인물이라면 이게 가능할까?

이런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과연 보건복지행정을 잘 이끌수 있을까. 이번 코로나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질병관리는 중요한 국정과제다. 전문성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외 지지를 받아야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복지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물러가는게 도리아닌가?

최고권력자가 무리하게 측근을 감싸면 결국 사달이 난다. 측근은 권력자를 믿고 호가호위를 하게 마련이다. 이게 인간의 심리고 본성이다.

문재인대통령의 최측근 인물은 누구인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 일개 비서관인 그의 위세는 대통령실장을 뛰어 넘는다. 그동안 대통령실장은 몇번 바뀌었지만 탁현민비서관은 온갖 논란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대통령행사가 끝나면 개인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린다. 행사를 어떻게 기획했고 연출했는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쓰는데 수시로 자기자랑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래 이런 비서관은 없었다. 

그의 이런 위세는  문재인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는 종종 문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친분관계를 과시한다. 이런 사진중 압권은 문대통령이 야인시절 히말라야 등정에 함께 갔던 사진이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문대통령 옆에서 격의없이 친분을 나누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국민에게도 보여주고 대통령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수시로 자기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리일까. 그는 문대통령 퇴임후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겠다'라고 밝혀 끝까지 자신이 최측근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 또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탁현민비서관이 보인 행태는 민심이반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문대통령은 아는걸까 모르는걸까.

문대통령 퇴임후 맞닥칠 최대 위기중 하나는 울산 선거부정 사건이다. 현재 수사중이고 심각성이 큰 사건이다. 문대통령의 오랜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니라면 청와대 참모들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최고권력자의 최측근이 문제의 씨앗이 된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장관후보자들과 비서실 인선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정부요직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인사가 만사다. 누구를 앉히는지 보면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할 수 있다. 

논공행상 인사는 나라를 망친다. 더 위험한 것이 측근을 요직에 앉히는 일이다. 대통령의 친인척, 죽마고우, 가까운 선후배들은 스스로 몸조심을 해야 한다. 이게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를 요직에 천거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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