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업경대가 있다고 한다. 사찰 법당에 가면 나무로 만든 목사자가 등에다가 거울을 지고 있는 모습으로도 조각되어 있다. 그 사람이 생전에 쌓았던 업이 어느 정도 인가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업은 선업도 있고, 악업도 있다. 선도 악도 모두 업(業)이다. 업경대라는 거울에 비춰진 그 사람의 업의 총량을 보고 염라대왕은 판결을 내린다. ‘이건 지옥이다! 이건 인도환생(人道還生)인데 부잣집으로 태어나라! 너는 짐승으로 태어나야 하겠다’ 등등이다. 

나는 업경대를 볼때마다 참으로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이러한 장치를 생각해 내게 되었을까. 도를 깨달아 대원경지(大圓鏡智)의 차원에 도달한 고단자가 처음에 비유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업경대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면이란 바로 무의식이다.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이라 말한다. 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인간 내면에 무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리학 덕분에 설명하기가 쉬워 졌다. 

불교 유식학에서는 8식, 아뢰야 식(識)이라고 설명한다. 유식(有識), 무식(無識)의 그 식 말이다. 이 8식은 우리가 생전에 살면서 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행위했던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정보창고에 해당한다. 모든게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장식(藏識)이라고도 한다. 이 장식(8식)은 사람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육체는 파괴되어도 이 장식은 남는다. 마치 비행기가 파괴되어도 블랙박스는 남는 것처럼 말이다. 블랙박스에 비행 기록이 저장되어 있어서, 박스를 열어보면 사고 원인도 파악할수 있다는 것 아닌가. 염라대왕의 업경대도 이 8식이 아닌가 싶다. 생전에 살면서 축적했던 모든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니까, 이 8식만 보면 그 사람의 과거를 알수 있고, 이 과거의 행적에 따라 미래에 전개될 그 사람의 운명도 정해진다. 
   
천둥번개를 맞고 내면의 모든 잡생각이 청소되고, 백지장처럼 순수해지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화면 내지는 모니터가 장착된다. 맑은 물에 업보가 비춰진다고나 할까. 이 모니터가 업경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토르 도사는 이 업경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상대방을 척 보면 업경대에 비춰볼 수 있다. 유식학에서 말하는 8식은 사주팔자의 콘텐츠이기도 하다. 8식의 저장 정보에 따라 그 사람이 살아갈 운명이 정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사주팔자를 보면 그 사람의 전생 업보, 전생 성적표를 살짝 열람하는 일이다. 이 사람이 수학은 잘했는데 영어를 50점 맞았구나! 전생부터 베풀기를 잘하는 습관이 있어서 금생에 돈이 붙는구나! 등등이다. 

사주팔자는 그 사람이 태어난 년,월,일,시를 보고 짐작한다. 디지털 정보를 통해서 운명을 추론한다. 업보에 따라 세상에 태어나는 시간이 모두 다르다. 해와 달과 북두칠성과 삼태성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 그리고 그 사람이 전생에 쌓았던 업보의 총량과 패턴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서로 함수관계가 있다. 별자리의 위치와 인간 업보는 상응한다. 이 상응(corresponding)이 우주의 신묘한 비밀이다. 점성술의 대 전제는 별자리의 위치에 맞춰서 그 사람이 태어난다는 이론이다. 별자리가 어떻게 인간 운명과 관계가 되는가? 이건 엄청난 비밀이자 미스테리가 아닐수 없다. 

별자리가 인간 운명과 관계가 있다는 이치를 발견하기 시작한 시기는 아마도 1만년의 역사가 있지 않나 샆다. 이건 아주 고대문명의 유산이다. 수메르 문명과 이집트 문명, 바빌론 문명에 걸쳐서 이어져온 비의적(秘義的) 유산이다. 따라서 서양 점성술과 동양의 사주명리학은 그 기본 얼개가 같다. 모두 별자리에 기초하고 있다. 단지 설명방식에서 약간 틀릴 뿐이다. 국수는 같은 국수라도 토마토를 넣으면 파스타가 되고, 멸치를 넣으면 멸치국수가 된다. 이런 차이라고 보면 된다. 
  
그 사람이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르는 시점에 우주 별자리의 에너지가 스캔을 한다. 엑스레이 통과하는 것처럼. 방사선이 그 사람을 훑고 지나간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에 우주 에너지가 흡입되는 셈이다. 바꾸어 설명하면 바코드가 찍히는 것과 같다. 마트에서 물건 살 때 바코드만 찍으면 대번에 값이 나온다. 사주팔자가 디지털이라면 업경대는 아날로그 방식에 해당한다. 거울을 가져다 대면 나온다. 이 업경대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작동이 안될 뿐이다. 거울에 때가 묻어서 사물을 제대로 비출수가 없다는 말이다. 

거울에 묻은 때를 벗겨내면 반짝 반짝 거울이 나타난다. 이 거울로 비추면 끝난다. 도 닦는다는 것은 이 거울의 때를 닦아내는 작업이다. 어떤 방법으로 거울을 닦느냐? 여기에 묘미가 있다. 노선따라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칫솔로 닦아 내고, 어떤 사람은 물청소를 하는 식이다. 토르 선생은 천둥번개로 닦았다고 보면 된다. 닦아낸 거울은 업경대이다. 도를 닦으면 이 업경대를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상대방도 비춰보고 나도 비춰 본다. 
   
토르 선생에게 어느 날 50대 남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그 사람에게서 냄새가 났다. 보통 냄새가 아니고 똥 냄새, 분뇨 냄새가 강하게 풍겨 왔다. 업경대로 비춰보면 모습 뿐만이 아니라 냄새와 소리도 파악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사는 그 사람의 운명에서 풍기는 냄새까지 맡을수 있어야 한다는게 토르의 지론이다. “어떻게 이런 분뇨 냄새가 날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점잖게 앉아 있는 50대 남자를 보면서 토르는 순간 의아했다. 

“혹시 화장실과 관련된 업종을 하십니까?”  “아니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제가 정화조 사업을 합니다”. 그 남자는 차량을 가지고 다니면서 정화조에 가득찬 분뇨를 청소해 주는 업종을 30년 넘게 하고 있었다. 그 분뇨처리 사업으로 돈도 꽤 벌은 상태였다. 만약 그 사람이 꽃을 피워서 파는 화훼업을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면 몸에서 꽃 냄새가 날수도 있다. 수사기관에서 범죄자들을 수사하고 취조한 직업은 싸늘한 냉기가 흐를수도 있다. 토르의 스승인 함양의 박도사(1935-2000)가 생전에(90년대 중반쯤) 필자에게 해 준 이야기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도 특유의 강한 기운이 있었다고 한다. 

70년대에 박통을 만나려고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박통이 대기실의 50여미터쯤 근처에 오면 그때부터 권력자 특유의 싸늘하면서도 강한 강기(剛氣)가 박도사에게 전달되곤 하였다. 오랫동안 총을 든 군인 생활을 하였고, 생사여탈권이 장착된 최고 권력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에너지가 풍긴다는 것이다. ‘아 박통이 근처에 왔구나!’. 이처럼 사람의 팔자에 따라 그 냄새도 각기 다르고, 빛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인간 삶은 참 묘하고 신비로운 것이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