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일본 센다이 공항에서 북쪽으로 1시간 달려서 미나미산리쿠쬬에 있는 오이센(及善) 가마보코(어묵) 회사를 방문했다. 같은 장소에서 128년, 6대째 가마보코를 만들고 있는 가족경영회사다.

사장은 5대손 오이가와 센유우(及川善祐)가 맡고 있고 30세의 6대손인 아들은 전무를 맡고 있다. 부인·고모 등 가족과 아르바이트 직원 등 21명이 연간 3억 엔 규모의 가마보코를 만들어 직매장과 국도의 역 등에서 판매하고, 도호쿠 지역에서는 가장 유명한 대형 호텔인 미나미산리쿠간요(南三陸觀洋)호텔에도 납품한다.

후계자 아들은 도쿄 근처의 동해대학 해양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가마보코 산지인 오다와라(小田原)의 가마보코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그 회사의 여직원과 결혼해서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가공원료는 미국에서 수입한 명태, 남쪽에서 어획한 각종 생선을 사용해서 구워서 만든다. 1시간에 2800개 하루 1만 개를 생산한다. 대를 이어 맛있는 고품질의 가마보코를 생산하여 작년에는 가마보코 품평회에서 농림수산대신상을 받았다.

전국에 2800여 개의 가마보코 제조회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100개 이상의 기업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가마보코 한 품목에 대를 이어가며 기술을 개발하고 전수하는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다양한 분야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는 대륙민족이라서 그렇지 못하다고 하겠지만, 국가 간에 심한 경쟁을 해야 하고 안정된 사회를 갖기 위한 지방의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도 장인정신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전통가게 포함)이 5만개 이상 존재한다. 100년 이상 법인화된 장수기업 수는 3만3000개로 세계의 1위다. 우리나라는 겨우 2개 정도의 기업이 100년을 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에 가끔은 불멸의 신화를 동경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긴 낫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잘라 죽인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시간에 의해 소멸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나이를 먹는다. 인간이 무병장수를 바라듯 기업도 오랫동안 살아남아 번영하기를 꿈꾼다. 기업이라는 ‘종’은 사람보다 오래, 아니 영원히 살 수 있는 것 같다. 올해로 1440년째 생존하고 있는 일본의 ‘긴코구미(金剛組)’도 있다. 이 회사는 백제계 유민이 설립했으며 절을 신축 개보수하는 건축회사다.

장수기업을 보면 그들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이것이 장수기업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장수기업은 공통적인 몇 가지 특이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장수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본보다 사람을 중시한다. 바로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경영의 가장 중심에 둔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관점의 안정적 성장과 신용력 확보를 중요시 한다. 세 번째는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익의 내부 유보 비중을 늘리는 것도 특징이다. 네 번째는 장수기업 상당수가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가족기업은 가족들이 기업을 운영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이다. 이런 가족기업들은 단합이 잘되고 강한 위기 대처 능력 및 전문성, 장인정신 등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것은 차를 마시는 습관과 미적감각을 중시하는 문화의 영향이 컸다.

센노리큐(天利休)는 차와 불교문화를 접목시켜 일본의 다도(茶道) 즉 차문화를 만든 사람이다. 다도가 추구하는 것은 정신을 맑게 하며 집중력을 키워주고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분노와 광기를 혐오한다.

천하를 움직이는 것은 무력과 금전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에도 강한 힘이 있다. 그래서 인지 일본의 음식과 각종 상품은 미적 감각을 매우 중요시한다. 각 지방마다 명품 과자 공예품 등이 지금도 가업으로 존속하는 것은 그런 미적 감각을 끊임없이 연구해서 변화해온 결과다.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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