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최장수', '최고령' CEO라는 타이틀로 18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했다. 외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7번의 연임을 거치면서 그룹의 비상한 실적을 견인했던 인물이다. 

LG생활건강은 2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CEO로 내정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고려대 중퇴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와 코넬대학교 대학원, 인디애나학교 로스쿨 등을 거쳤다. 이후 미국의 유통기업인 P&G에 입사, 한국 P&G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던 중 2001년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해태제과 대표이사로 영입되면서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2005년 현재의 LG생활건강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1조원이던 LG생활건강의 매출을 2021년 8조원으로 끌어올렸다. 남다른 사업 감각과 경영 수완으로 2007년 코카콜라 음료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차석용 매직'은 이때 따라붙은 수식어다. 이에 LG그룹 故구본무 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미국의 뷰티기업 '더크렘샵'을 인수, 총 28건의 M&A(인수합병)를 성사시켰다. 이 같은 노력은 LG생활건강을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3대 사업 포토폴리오로 강화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됐다. 

매년 인사철이 와도 차석용 부회장은 7번이나 연임에 성공했다. LG생활건강을 일류 기업 반열에 올리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8조915억원의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17년 연속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여파로 올해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해지자 그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렸다. 

실제로 LG생활건강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 감소한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44.5% 하락한 1901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역시 5조3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822억원으로 44% 떨어졌다. 

차석용 부회장은 LG그룹뿐만 아니라 1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 '최장수'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술·담배, 골프, 회식, 의전이 없는 '5무(無) 경영'으로 정평이 났다. 집무실 문턱도 낮췄다. 누구든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다. 효율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다.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대면보고보다 메일이나 메신저,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차석용 부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공고한 회사에서는 '이것 한 번 해보자' 했을 때 업무 추진이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물적 시간적 비용을 줄이게 된다"면서 "신뢰는 정말 중요하고, 서로 완벽하게 신뢰하는 경지에 다다르면 우리는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이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용퇴도 후배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작용했으리라 짐작케 한다. 차석용 부회장의 임기 만료는 2025년 3월까지였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