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가 출범한 후 현대차그룹이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언론에 발표된 두 개의 굵직한 뉴스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그룹의 임원인사에 나타난 새로운 흐름에 관한 소식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된 이번 임원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와 ‘미래사업 강화’로 요약된다. 세대교체 측면에서 살펴보면, 김용환, 정진행 등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부회장단 및 기존  사장단이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공석이 된 부회장 자리는 따로 임명하지 않아 정의선 회장이 새롭게 들어서는 사장단과 호흡을 맞춰 직접 조직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한편 미래사업 강화 측면은 40대 초·중반의 미래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번에 대거 승진하거나 신규 임원으로 발탁되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고 밝히고 있듯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로봇공학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약 8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외부 기업인수(M&A)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에 시장은 놀라워하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분인수에 그룹의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정의선 회장도 개인적으로 2400억 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래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읽혀진다.

사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과정은 이때까지 그룹이 보여준 경영 전략과는 많이 다르다. 전통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기술 개발 혹은 신산업 분야 진출을 위해서 외부업체와 협력하기보다는 그룹 내 계열사에 의존하는 독자적인 행보를 우선시했다. 철강부터 부품, 물류 등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수직계열화에 익숙한 조직을 운영해 왔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을 준비하면서 M&A를 통한 수평적 협업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조직이 비대해지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동안 국내외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를 생각하면 자칫 과거의 영광에 취해 미래로 나아가는데 주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조직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의선 체제가 출범하면서 그룹 전체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가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변화의 바람에 노출되어 있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막을 내리고 친환경·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이 모빌리티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이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때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체제를 출범시켜 젊고 빠른 조직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전략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의 자동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로봇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즉,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해지면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 의지가 돋보인다.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